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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홍상수식 자아성찰이 주는 행복감

BetweenTheLines 2015. 12. 31. 20:11

홍상수감독은 우리나라 영화 감독중에서 가장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현역감독이다. 데뷔이래 거의 일년에 한 작품의 생산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활동이 가능한 이유는 그의 작품의 배경이 특별할 것없는 우리네 일상이라는 것이 주요원인인 듯 하다. 

홍상수의 영화는 우리가 늘상 보아왔고, 지금도 보고 있는 우리동네, 우리마을, 학교, 그리고 동네의 공원이나 유적지를  배경으로 삼아 그 속에서 인간의 속물적인 욕망과 그 욕망을 실현해 내는 과정을 관객들의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따라서 홍상수의 영화는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그런 독특함이 있고, 사람들의 생각의 표현, 즉 언어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 얼마나 재미있는 영화적 소재가 될 수 있는지 탐구해온 영화감독이다. 드디어 몇해전부터의 작품들 속에서는 그의 이러한 탐구가 거대한 완성을 이룬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명작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언어의 유희가 얼마나 재미진 일인지 우리는 그의 작품 '우리 선희'와 '북촌방향'을 통해서 이미 확인했다. 그의 영화는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난다. 사람이 그에게는 가장 중요한 작품의 소재이고, 주제이다. 그가 얼마나 우리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인간적인지 그의 영화는 말해주고 있다.2008년 작품 '잘알지도 못하면서'를 통해 홍상수는 이미 대중성 마저도 확보했다.  대중들은 '잘알지도 못하면서'이후 홍상수감독의 영화는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라는 정의를 내리기 시작했다. 남자의 속물근성, 그리고 이것을 이용하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홍상수 감독의 사람탐구의 그 끝은 어디일까 궁금하다.

 

 

홍감독의 가장 최신영화인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아마도 올해 최고의 영화가 아닐까 싶다. 영화제목을 보면 띄어쓰기을 일부러 하지 않았다. 물론 감독의 의도로 보인다. 이렇게 긴 서술적 문장을 하나의 단어로 만들려는 홍감독의 생각은 본인이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무언가를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기도 한다.

 

 

영화는 2부로 나뉜다. 1부에서 정재영(극중 함춘수역)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속에서 늘상 보아오던 남자캐릭터의 전형으로 비춰진다. 직업은 또다시 영화감독이고, 영화제에 출품되어 지방(극중 수원)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맘에 드는 여성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 여인이 바로 김민희(극중 윤희정)이다. 

 

엉뚱한 행동을 하지만, 맹랑하고, 신비스런 매력을 가진 김민희에게 정재영은 대화를 건다. 그 대화의 시작이 결국 술자리까지 가게 되고, 그 과정속에서 비춰진 정재영의 눈빛은 본능적인 욕망으로 이글거린다. 술자리에서도 결국 자신이 유부남이란 사실을 애써 말하지 않았던 정재영은 김민희가 제안한 지인들의 모임에 같이 가는데, 결국 그곳에서 만난 최화정에게 그의 모든 민낯이 들어나고 만다. 김민희는 상처받는다.

 

 

2부에서의 정재영은 진솔하고 솔직하고 인간적으로 나온다. 1부에서 가슴과 눈속에 가득 담았던 욕망이 보이진 않았다. 그는 김민희라는 인간을 좋아했고, 사랑했다. 어느 공간, 어느 시점에서 그녀와 잠시라도 있고싶어하는 사춘기 소년의 감성을 지니고 있는 인물로 나온다. 

 

그녀에게 무엇을 바라기때문에 좋아하는 척 하지 않았다. 매 순간이 행복했다. 술자리에서 그는 그녀에게 유부남이란 것을 털어놓는다. 김민희가 순간 당혹스러워 하지만, 결국 서로가 호감과 그것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것에 방해가 되진 않았다.

 

2부에서의 정재영은 있는 척하지 않고, 현학적인 모습을 드러 내놓지 않았다. 그녀의 고민을 들어줬고, 진심으로 공감을 했다. 이러한 소통과 교감은 서로의 마음을 열어주는 열쇠가 된다는 것을 알아채는 순간 관객들의 입가엔 미소가 번질 것이다.

 

홍상수감독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영화속에는 홍상수 자신의 욕망이나 현학이 등장인물을 통해 투영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영화'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의 1부와 2부의 교차비교를 통해 홍감독은 스스로의 성찰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누벨바그의 틀에서 오히려 그 과거로 돌아가 사람연구에 아직도 골몰하고 있는 홍상수감독, 참 인간적인 사람인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올 한해 비트윈더라인 블로그에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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